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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서울 (1) - 가제 본문

연애 소설

로맨틱 서울 (1) - 가제

Promantist 2016. 5. 14. 15:14




서울에 왔다.

예정에 없던 방문이라 나조차도 당황스러웠다.

카톡을 실행하고 즐겨찾기에서 그녀의 프로필을 누른다.

카톡 프로필의 원 안에서 상큼하게 미소짓고 있는 그녀의 사진을 한번 흐뭇한 미소로 감상해주고 전화를 건다.


소나기가 내려온다. 내 머리위로 갑자기, 말도 없이 ♪ 

그녀가 좋아하는 아이유의 'Rain Drop'이 흘러 나온다.


'받아랏'

받지 않을까봐 혼자서 별거 없는 응원을 한다.

신호음이 울린지 30초 정도 지났다. 

초조하다.




오빠

받네? 나 고속 버스 터미널이야

헐! 진짜 왔네?

응 진짜지, 가짜로 올줄 알았어?

농담이었는데 올지 몰랐지...

돌아간다...?

농담이지, 내가 오랬잖아~  헤헤

어디로 갈까

나 일 마치려면 조금 남았으니까 우리 회사 앞으로 올래?

근처에 맛있는데 있어?

응, 치킨집 맛난데 하나 있어


치킨이라면 365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콜~ 회사가 어디랬지?




지하철을 타고 그녀의 회사 근처로 간다.

그의 얼굴은 숨길 수 없는 피어나는 웃음으로 가득하다.

그럴 때 있지 않은가? 표정관리 안될 정도로 기분 좋은 순간 나오는, 참아도 피어나는 그런 자신만 간직하고 싶은 그런 웃음 말이다.

드디어 그녀를 만난다. 

그와 그녀가 마지막으로 만난 건 한달 전이었다.


내리면 닥칠 더위에 대한 두려움이 가득한 사람들을 품은 지하철이 석수역에 도착한다.

너무 더워서 올라가지 못하겠다. 지하에서 기다리기로 한다.

석수역 대합실에서 '석수 치킨집'을 검색한다.

그녀가 맛있다고 했던 치킨집이 뭘까 셜록홈즈 같은 추리력으로 찾아본다.


마치려면 30분 정도 남았다.

기다림이 이렇게도 기대로 가득찰 수 있을까? 부재의 대상이 현존으로 나타날 시점이 다가올수록 알 수 없는 긴장과 이상한 흥분감이 그를 감싸고 있었다. 여행으로 찌든 나를 어떻게 볼까 하는 약간의 고민과 그녀의 밝고 상큼한 미소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섞인 표정이 그를 이상한 사람으로 보이게조차 만들고 있었다.


고민한다. 무슨 말을 할까? 마음을 표현해줄 확실한 한방이 필요한데 도통 생각나지 않는다.

전략 없이 전투에 임하는 장수의 마음이 이러할까? 회의 시간을 까먹고 있다 아무 준비없이 회의에 참석하는 회사원의 마음이 이러할까?

이 아름다운 만남을 전투에 비하는 것이 죄스러운 일일지 모르나, 그만큼 준비되지 않은 자신이 만남을 어떻게 이어나갈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된다.

그가 앉아 있는 벤치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저 막연한 저편 세계의 이쪽 저쪽으로 왔다갔다 하는 흐릿한 대상으로 느껴지고, 그녀의 얼굴만이 또렷하게 생각난다.


6시가 됐다. 마칠 시간이다.

그녀는 바쁘다. 업무 시간 동안 연락이 잘 되지 않는다.

연락이 중요한 그에겐 그게 참 힘들었다. 연락이 되질 않으니 그 여자 마음의 크기도 가늠할 수 없다. 연락의 빈도가 마음의 크기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라 애써 위로한다. 그의 마음은 신발끈이 풀린 앞사람의 걸음걸이를 지켜보는 것처럼 불안했다.


두둥, 마칠 시간이 지났는데 연락이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초조해진다.

이 여자가 나 서울까지 불러놓고 바람 맞히는건 아닐까 하는 불안에 휩싸이며 머리에 스트레스 물질이 퍼지기 시작한다. 업무로부터 벗어날 수 있어서 잠시 잊었던 그놈이 나를 뎦쳐온다. 그럴 여자는 아닐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으면서도 시간이 5분, 10분 지날수록 마음은 초조해진다.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타나는 사람이 모두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아니다.


막연하게 기다릴 수 없어 후끈한 더위가 나를 공격하는 지상으로 가본다. 그녀가 다니는 회사는 이름은 알고 있는데 찾을 순 없었다.

'아오 내 휴가, 이렇게 보낼 수는 없는데 ㅜㅜ'

온갖 생각이 그의 머리를 휩쓸고 지나간다. 야근 하는건 아닐까?, 일부러 늦게 나오는 건 아닐까? 늦을거면 연락이라도 주든가 하는 생각이 막 들기 시작한다.

각종 불안 종합 세트가 그의 영혼을 잠식하기 직전, 그녀가 나타났다.







아이보리 바탕에 형형색색의 꽃무늬 패턴이 담긴 원피스를 입은 그녀, 아담하면서 탄탄한 몸매에 잘 어울리는 이쁜 원피스다.


오빠다!

그래 오빠야 ^^

쩔었네? 지난번 봤던 상큼이는 어디갔어?

한양 여성들이 탐낼까봐 제2의 도시에 두고 왔지, 원피스 이쁘네? 오버일것 같아서 아껴놨다던 그 원피스야?

기억하네? 이쁘지?


니가 입으면 뭐든 다 이뻐라고 말하고 싶으나 참는다. 오버일 것 같아서.


배고프다, 치킨집 어딨어? 서울 치킨을 평가해봐야겠다

근처에 있어, 오빠 배고프지? 얼른 가자.



한여름이 던져주는 후끈한 열기 위에 남녀는 닿을듯 말듯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며 걷는다. 바로 당신이 생각하는 그 거리 맞다.

그녀는 네이버 지도를 켠다. 가본거 맞냐는 그의 말에 귀여운 윙크를 날리며 현재 위치와 목적지 사이의 거리를 가늠한다.

저녁과 기싸움을 하고 있는 따뜻한 기운과 석양이 던지는 붉은 빛은 둘 사이를 지나 바닥에 흐물한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얼마 걷지 않아 인류 행복의 기원인 치킨집이 나왔다.

적당한 자리에 앉고 적당한 치킨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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