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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서울 (2) 본문

연애 소설

로맨틱 서울 (2)

Promantist 2016. 5. 22. 22:24
첫만남

회사일을 마치고 사직동에 내렸다. 환승하는 곳에서 환승하지 않고 지하철역 밖으로 나왔다. 마음이 산란하다. 마냥 정처없이 걷고 싶어 집과는 반대 방향인 사직동으로 향했다.


초여름 저녁의 기운이 입은 셔츠의 겨드랑이 부분을 촉촉하게 적시고 있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느릿한 걸음으로 사직에서 교대쪽으로 향하는 코너를 틀 무렵이었다.


이쁘다. 하늘에 있던 천사가 날개가 아파 잠시 지상에 내려온 듯한 외모를 가진 묘령의 여성이 친구와 함께 지나간다. 


그녀를 본 순간 나의 걸어갈 경로에 대한 고민은 다른 고민으로 치환된다. 인생은 고민의 변용일 뿐이지 않는가? 일생을 버즈의 노래 제목처럼 겁쟁이로 살아온 내가 고민할 정도의 미모였다.


발이 먼저 움직였다. 그러나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마음 속에서 수많은 퇴고를 거듭하며 마음으론 10km 정도를 따라간 것 같다. 영원한 거리로 인식되는 그 떨리는 순간은 내 평생 기억될 것이다. 실제 거리는 500m도 안된다. 친구랑 있으니 더 떨린다. 


에라 모르겠다. 내일 죽을 수도 있는데 지르자. 


저... 저기요!

네? (화들짝)

맘에 들어서 그런데 연락처 좀 알려주세요.


친구가 말한다. 누구요?


내 시선이 애매했나보다. 


그쪽은 아니고 이쪽이요. (미안하다)


아 저요?

잠시 고민하는 그녀...


남루한 회사복 차림을 입고 있는 나의 자아는 더 쪼그라든다. 최종면접을 보던 지난 봄 어느날의 나보다 더 긴장한 나는 초조하게 그녀의 답변을 기다린다. 


쿠쿠의 뜸들이기 시간보다 길게 느껴졌던 그녀의  시간, 나는 마치 법정에 선 피고인처럼 약간의 불안함과 기대감을 동시에 품은 표정을 짓고 그녀의 선고를 기다리고 있었다. 


3M마크의 매혹적인 붉은색을 띈 그녀의 입술이 움직이고 두 단어를 쏟아낸다.


네 좋아요.

여기엔 따뜻한 미소와 끄덕거림이란 비언어적인 옵션이 추가돼 있었다. 나름 중옵은 되지 않은가?


번호를 받는 일이 이렇게도 쉬운 일이었던가?

머릿 속에서 수많은 퇴고를 거듭한 나의 스크립트는 세 문장으로 끝이났고, 우리는 번호를 교환했다.


이름이 뭐에요?

모모에요.

저는 머머에요. 연락 드릴게요.

네 ^^


기분이 좋았고, 동시에 떨떠름했다. 그러면서도 내 머릿속은 혼돈이라는 감정이 뛰어놀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걸었다. 카톡에 그녀의 사진이 뜬다.

대한민국의 모든 여성이 그러하겠지만 사진이 더 뽀샤시하고 이쁘다. 사진을 보며 그녀 생각을 한다. 뭐라고 첫수를 띄워야 할지 몰라 다시 고민 속으로 빠져든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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