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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해결 공간

로맨틱 서울 (4) 본문

연애 소설

로맨틱 서울 (4)

Promantist 2016. 6. 12. 19:06

Ch4. 연락에서 만남까지




다음날 퇴근시간, 당일은 너무 벅차 연락을 못하고 하루가 지났다.

약 반시간 째, 폰을 들고 고민하는 나

첫 문장을 뭐라고 할지 몰라 엄청 고민한다.

누구나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이런 고민을 하지 않을까?

처음 본 순간으로 나는 충분했다. 그녀를 좋아하기에...


뭐라고 해야 나를 좋게 생각할까? 이건 너무 과한가? 너무 약한가?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보면 병신같은 고민을 계속 한다.


그렇게 고민해서 얻은 결론


"안녕하세요"


이 다섯 음절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고민했던가

진인사 대천명이라고 했다. 고작 다섯 글자 적어 보내고 하늘에 뜻을 맡긴다.


답장이 오지 않는다.

아... 어제 남루한 차림이라 연락이 안되는 거구나.

나는 뭘 잘못했나? 역시 안되는구나 하는 생각만이 있었다.

체념과 기다림의 중간 지점에서 왔다갔다 하면서 괴로워하고 있던 찰나,


카톡이 울린다.


[게임 초대]

쿠키런!! 같이 달려봐요!!


이런 시베리안 허스키 같은 놈을 봤나. 초대한 친구를 차단한다.


시간과 정신의 방에 있는듯한 시간이 흘러간다.

찰나의 기다림이 약 1시간으로 느껴진다. 영화 안에서의 시간과 상영 시간이 다르듯 내가 바라보는 나의 기다림은 1시간인데, 시계의 시간은 초침으로 흐르고 있다.


현대인의 즉각적인 메시지 습관이 낳은 부조리는 바로 답장을 기대한다는 것이다.

베르테르가 로테에게 편지를 보내고 답장을 기다린 순간, 그 순간들은 문학적 의미를 지닌다.

나의 기다림도 그런 기다림의 의미를 갖길 바라며 답장을 기다린다.


까톡 ♬


"안녕하세요! ㅋㅋ"


드디어 답변이 왔다. 일희일비하는게 라이프 스타일인지라 나는 크게 기뻐했다.

다시 고민이 시작된다. 뭐라고 해야할까?

기나긴 고민이 시작된다. 편안하게 가자.


"네 반가워요! 뭐하고 계세요?"


"저 강아지랑 산책하고 있어요 ㅋㅋ 퇴근하셨어요?"


"네 열심히 일하고 집에 가는 중이에요. 어제도 산책했다던데 산책 좋아하나봐요?"


"엄청 좋아해요 ^^"


끙 뭐라고 해야하나 ㅋㅋ

강아지도 키운다니 강아지에 대한 질문을 할까? 담에 산책 같이 하자고 말할까? 아직 만나기로 된 것도 아닌데 김칫국 마시는 건 아닌가


"강아지 키우시나 봐요 ^^ 어떤 강아지에요?"


"저처럼 똘망 똘망하게 생긴 푸들 키워요"



뭐지? 자기처럼 똘망? 어필하는건가 ㅋㅋ


누군가를 좋아하는, 아니 모든 대한민국 남자들의 해석은 이런식으로 지극한 일반화의 오류를 품고 있는 경향이 많다.




"똘망하진 않을거 같은데요"


"왜요?"


"아니 주인 닮았으면 이쁠거 같아서요"


"ㅋㅋㅋㅋㅋㅋ"




성공이다.




"이쁜 주인 닮은 푸들 다음에 한번 보고 싶네요"


"네 ㅋㅋ 다음에 기회되면 보여드릴게요"


"그 전에 먼저 우리부터 친해져야 할거 같아요, 우리가 어색하면 강아지도 어색할거니깐"


"ㅋㅋㅋㅋ 맞는 말이네요, 말 참 잘하시네요"


"원래 바본데 그쪽은 용기를 주는 여자인거 같아요"




순탄한 흐름 같다. 이런저런 얘기를 우린 주고 받았다.

그녀는 서울에서 대학을 나왔고 졸업 후 취업준비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부산 집으로 와서 휴식 겸 취업준비를 같이 하고 있다고 했다.

나도 길에서 번호 따는 놈팽이가 아니란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어떤 취미를 갖고 있는지 말했다.

그녀는 기타를 배우고 있고, 곱창을 싫어한다. 그리고 걸어다니는 걸 좋아한다.




구글 검색으로 이런 걸 더 알아낼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녀가 나에게 제공해주는 카톡의 내용과 분위기로만 알 수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보이는대로 밝은 성격을 갖고 있고, 친절했다.



나에게만 친절할까? 아님 모든 사람들에게도 이럴까?

그냥 'one of them'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넌지시 만나자는 말을 건넸고, 우리는 처음 길거리에서 만난지 3일 만에 서로의 주거지에서 멀지 않았던 동래에서 만나기로 했다.

약속의 날은 한 주가 시작하는 월요일이었고, 직장인인 나에게는 가장 힘든 날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기분 좋았던 월요일은 지금까지 없었다. 빅터 프랭클 박사의 의미 요법이 어떤 효과가 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현실은 일어난다. 우리 인식의 긍정/부정은 단순히 우리가 현실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달려있다.

그 날은 하루종일 즐거웠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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