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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서울 (5) 본문

연애 소설

로맨틱 서울 (5)

Promantist 2016. 6. 19. 18:03


청계천에 도착했다. 청계천에 내린 우리를 맞이한건 더운 여름의 기운이었다. 밤이 다가오고 있었지만 한여름 밤위 더위는 나에게 굴복하라는 식의 온도를 청계천에 선사하고 있었고, 많은 사람들은 육수를 삐질삐질 흘리면서 청계천의 양쪽 산책로를 걷고 있었다. 아메리카노를 마신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다시 마실게 당겼다. 청계전 앞에 있는 편의점에서 생수를 샀다. 두 개를 샀다. 항상 혼자 있던 나에겐 두개라는 의미가 익숙하지 않았다.

그렇게 생수를 하나 건네주고 우리는 청계천을 걸었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청계천의 밤은 로맨틱했다. 로맨틱한 그 정취가 우리의 마음에 어떤 불을 지폈음은 분명했다. 말은 많이하지 않았지만 같이 있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 행복했다. 미소를 머금은 서로의 얼굴을 볼 때마다 웃음이 번져나왔다. 내가 하는 말, 그녀가 하는 말 모두 고대 그리스 희극의 코러스 같이 부차적인 것이 되어가고 우리가 만드는 연극의 방향을 제시해줄 뿐이었다.

여긴 또 어떻게 알았데?
오면서 검색해봤지 이쁘다고 하더라고~
뭐로 검색해봤는데?
서울 관광명소로 검색해봤지

거짓말이다. 서울 데이트 코스로 검색해봤다.

오~ 내가 가이드 하려고 했는데 알아서 잘 찾아 다니네
그렇지? 이런 남자라니깐. 내일은 평일이니깐 나 혼자 돌아다녀야겠다
응, 내일은 뭐할거야?
음... 서울에 동기가 있어서 만날까 싶어
회사 동기?
응 ㅋㅋ 입사 동긴데 못본지 오래 돼서 말야
그래 저녁엔 나랑 놀거지?
응 그러자~ 식사를 해야지 ㅋㅋ

사실 그녀가 회사를 다니지 않았으면 온종일 같이 놀았을건데 아쉽다. 그녀를 이렇게 나에게서 앗아간 회사가 미웠고, 정해진 시간에 출근해야 하는 회사 근무시간도 미웠다. 정작 나도 회사를 다니고 있으면서도 타인의 이런 근무 환경을 싫어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긴 하지만. 어쩔 수 있는가 사람은 이중적인 동물인것을.

문득 회사 생각이 들자 기분이 다운된다. 그러다 옆에 서서 걷고 있는 그녀의 얼굴을 보면 기분 그래프가 우 상향 곡선을 그리며 치솟는다. 그러다 문득 서울까지 왔는데 뭔가를 보여줘야 하지 않겠냐고 다짐했던 내 생각이 떠올랐다. 맥주의 알싸한 기운이 남아 있었는지, 아메리카노를 잘못 마셔서 체했는지, 아니면 청계천 자체의 풍경에 취했는지 모른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깜짝 놀라는 그녀.

뭐야?
응? 뭐긴?
이거 뭐냐고
내 마음
ㅋㅋㅋㅋㅋㅋ 마음이 왤케 약한거 같지?
그럼 이렇게 하면 보여지나?

손을 꽉 쥔다.

아파 ㅜㅜ
내 마음이야 인사해
안녕? 오빠 마음 처음으로 보네
내향적인 마음이라 나오기가 쉽지 않았어
앞으론 좀 더 자주 봤음 좋겠네요
응 내 마음도 그러고 싶을거 같아

우리의 손 사이는 여름이 선사하는 땀으로 미끈거렸지만 놓을 수 없었다. 한번 놓으면 다시 잡기 어려울 것 같아서. 사람의 마음은 참 이중적인게 많다. 그렇게 하고 싶던 것도 어떤 흐름이 끊겨버리면 다시 하기 뻘쭘하고 주저된다. 한번 했으면 쉬운 일인데도 그게 그렇게 어렵다. 마음을 전달하는 일, 표현하는 일 말이다. 그래서 나는 손을 놓지 않았다. 미련하게 잡고 있었다. 그게 내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을까? 더 유려하고 멋진 말로 사로잡을 순 없었을까? 없었다. 그리고 지금 그 상황이 닥쳐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20분 정도 걸었을까. 우리는 한 곳에 앉았다. 바람이 조금씩 불기 시작해서 육수를 시원하게 말려주고 있었다. 얼굴에 염전 자국 하나를 만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기도 했다. 흐르는 청계천을 보면서 그녀와 나란히 앉았다. 덕분에 잡은 손이 풀렸다. 다시 잡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다. 옆에 있는 그녀를 바라봤다. 똘망똘망하게 보이는 그녀의 눈빛, 일하다 와서 그런지 약간은 노곤한 표정이었지만 세상의 모든 매력을 한 곳에 품고 있는 얼굴이었다. 오똑한 콧날과 아담한 입술이 얼굴을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했다. 멍하게 지켜보다가 잠시 넋을 잃었다.

뭘 그렇게 빤히봐?
이뻐서
오빠 서울 오더니 적극적이다
청계천이 이쁘다고
말 안해도 다 아네요 이 사람아
듣고 싶은대로 들으세요 ㅋㅋ 아 사진찍어야지
우리를 감당할만한 배경인거 같아?
응 이정도면 괜찮겠다

카메라를 꺼낸다
셀카를 찍는데 익숙하지 않은 나는 각도 조절에 미숙하다.
세로로 놓고 찍으니 앵글에 둘 다 들어오지 않는다
얼굴을 화면 안에 집어 넣으려고 하니 더 붙어야 한다
얼굴이 거의 밀착된 상태로 사진을 찍었다
스마일~ 하면서 사진을 찍는다
화사한 그녀의 얼굴과 찌든 나의 염전같은 얼굴이 한 화면에 들어온다

살면서 이 순간만은 아름다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있는데, 이 순간이 바로 그 순간이었다. 하지만 사람의 바람은 원하는대로 흘러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순간도 바로 그런 순간 중의 하나였다. 사진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의 추억 하나를 내가 간직한다는 것, 우리가 같은 공간에 있었다는 걸 기억할 수 있는 나의 방식이다.

미녀와 염전이란 제목의 사진이 어울릴 듯 했다.

잘 나왔다
니가 잘나왔어 나는 찌들었네 완전
아냐 오빠도 괜찮게 나왔는걸
그럼 괜찮은걸로~
나도 보내줘
그래 기다려봐, 잠깐만 너 사진 한장 더 찍자. 좋은 작품이 나올거 같아.
오빠랑 찍으면 됐지 뭐
아냐 너 뒤로 배경이 이뻐 김취~
아이 참 ㅋㅋ

그녀가 담겨 있는 청계천의 조명은 카페에서 볼 수 있는 화장실 조명처럼 나른했다.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 조명은 어둡지 않았고 환한 그녀의 얼굴에 환한 조명에 쏘이고 있었다. 그녀가 입은 원피스는 이쁘게 사진 안에서 배경들과 함께 녹아있었다. 밝은 표정으로 나를, 아니 카메라를 보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조금 더 보고 싶어 셔터를 늦게 눌렀다. 한장을 찍고, 두장을 찍었다.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잘 나왔다
한번 봐
여기
잘 나왔다! 프사로 해놔야지 보내줘~~
잠깐만

사진을 보면서 흡족한 미소를 날리는 그녀, 사람의 몸에서 하트가 나온다면 그런 느낌일 것이다. 치맥도 먹고, 커피도 한잔 했고, 청계천에 와서 그녀의 손도 잡았다. 더할 나위 없었다라고 말하면 될 그런 날이었다. 사진을 보내면서 확인했던 휴대폰의 시계는 어느덧 11시로 흘러갔다. 짐을 갖고 있는 나는 이제 숙소를 정해야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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