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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해결 공간

야심한 동래 거리 본문

연애

야심한 동래 거리

Promantist 2016. 6. 26. 18:38




주말 새벽, 생각을 조금 비우기 위해 하천 산책을 하다가 너무 걸어서 번화가 근처에 도착했다. 

남루한 추리닝에 빨간 바람막이를 입은 채로 동래 번화가로 올라갔다. 

시간은 새벽 2시가 조금 넘었다. 스마트폰도 안들고 와서 시간을 몰랐는데 안타깝게도 온천천에 달린 전자시계가 나의 시간 감각을 깨웠다. 

어제 밤 내가 본 광경은 부산 아니 한국, 아니 세계 어디에서나 벌어지는 광경이지만 아무 목적없이 나간 관찰자 시점에서 보니 재밌어서 단상을 몇 가지로 정리해봤다. 

한발짝 멀어져서 약간 장기 훈수 두는 느낌이랄까? 더 많은 것이 보였다.


1. 어둑한 곳에서의 스킨십

계단을 내려오면 바로 앉을 수 있는 곳이 있다. 거기 앉아 있는 커플들이 많았다. 다들 물고 빨고 하고 있다. 부러우면 지는건데 아무 생각이 없었다. 개인적인 분석으론 움집을 가기 전에 예의상 들러서 스킨십을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움집을 가기엔 너무 초반인 단계인걸까? 아무튼 찰싹 달라붙어서 현란한 몸짓으로 서로를 탐하고 있었다. 아주 어둑하고 사람들도 잘 안다녀서 스킨십 하기에 좋은 장소 같다. 나도 다음에 (응?)


거기를 지나서 완전 번화가로 올라온다. 내가 좋아하는 루홍조가 보인다. 이전엔 지하도 있었는데 지점이 하나 사라진 것 같다. 아직은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하지만 동래역 2번 출구 앞에서 왼쪽으로 틀면 신세계가 펼쳐진다. 수많은 사람들이 걸어다닌다. 택시 앞에선 하나 같이 비슷한 광경이 펼쳐진다. 무슨 광경일까?




2. 택시 앞에서의 전쟁

남자 - 갈꺼야?

여자 - 응 집에 가야지

남자 - 조금 더 있다가자

여자 - 어디에 있다가? 지금 술도 2차까지 마셨는데

남자 - ...

여자 - 시간도 늦었고 피곤하고 오빠도 가야지

남자 - 그렇긴 한데 좀 더 같이 있고 싶다

여자 - 나도 같이 있고 싶긴한데 너무 늦었어 피곤하고

남자 - 그럼 피로도 좀 풀고 가자 술도 깨고 가야 부모님이 걱정 안하시지

여자 - 하긴 그렇긴 그렇네

남자 - 그럼 우리 편안한데서 조금만 쉬다 가자

여자 - 어디서?

남자 - 일단 가자


대부분 이런 류의 풍경이 펼쳐진다. 지나가면서 들은 많은 대화를 짜깁기 한 내용이다.

택시 문은 열린 채 택시 아저씨는 뻘쭘하게 '이 새키들아 타든지 말든지 문은 왜 열어놓고 지랄이야'라는 눈빛을 보내고 있다.

내가 보기엔 남자 여자 모두 이 시간까지 같이 있을 정도면 내일 오전까지 같이 있을 정도의 마음은 있다고 보면 된다.

남자는 누구나 아침에 눈을 뜰때까지 같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여자는 아니다. 쉬운 여자로 보이면 어떡하나 싶기도 하고 잤다가 이 남자가 떨어져 나가버리면 어떡하나 싶기도 하다.

술 마시는 도중 키스를 하지 않았거나, 성적 텐션이 부족한 상황이라 같이 잘 정도는 아닐지도 모른다.

세계 어디서나 벌어질 이와 같은 장면들, 남자가 화를 내는 순간 관계는 앞으로도 끝이다.

엄청난 자원과 에너지 낭비가 아닐 수 없다. 남자는 여자와 함께 있고 싶어 돈도 쓰고 시간도 쓰고, 여자는 그걸 즐기고 떠나려고 한다. 다양한 이유에서 말이다. 그 엄청난 실갱이에 쓰이는 에너지를 공부하고, 일하는데 사용하면 더 긍정적으로 쓰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잡생각도 해본다.


3. 남1 여2 유형

착한 친구 버전

셋이서 놀다가 솔로 친구 한명은 집에 간다. 친구를 잘 부탁한다며 훈훈하면서도 씁쓸한 멘트를 날리고 집에 간다.

나머지 커플은 약간 머쓱해하면서도 이제 많이 마시고 배부르게 해줬으니 가라하는 눈빛이 느껴진다.

이제 둘은 '움집고?'를 외치고 움집에 들어갈 예정이다.

내가 예전에 여자친구와 친구들과 함께 놀 때 많이 겪은 것이다. 시간은 아까운데 친구들은 안가고 '화가 난다' ㅋㅋ

지나가다 보니 솔로 친구도 괜찮은데 왜 남자가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지나갔다. 남자가 센스가 없네 하면서 지나갔다. 자기 친구를 데리고 나와서 점지해줘야지 어디서 혼자 나와서 여자친구만 데리고 가는가 말이다.


4. 남2 여1 유형

클럽에서 나오는 남자 둘, 여자 한명

남자 한명(솔로남)이 화가 나 있다. 보아하니 남자 한명(훈남이라 한다)은 여자를 클럽 안에서 하나 낚았고, 솔로는 역량이 부족해서 여자와 함께하지 못했다.

훈남은 애매하다. 솔로남을 보내야 자신와 여자가 술한잔을 하든 얘기를 하든 할건데 말이다.

우정이냐 사랑이냐? 그런데 솔로남은 눈치도 없다. 집에 안간다. 훈남은 눈치를 준다. '좀 가라 ㅋㅋㅋ'

솔로남은 눈치가 없다. 그게 여자를 낚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지만 그게 죄는 아니다.

훈남은 약간 화가난 듯한 솔로남 눈치를 보며 챙겨준다. '울지마 울지마'

그러면서 'ㅅㅂ 하면서 일단 술한잔 먹으러 가자'면서 같이 간다

그렇게 그들은 모두 새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5. 남자셋 그룹

남자 세명이 지나간다. 주말이라고 세명이서 만나서 나왔는데 뭐 한게 없다.

내가 보기엔 좀 추레레하게 입고 나왔다. 나는 추리닝 입고 나와서 비교의 대상이 되진 않지만 말이다.

나름 부킹 술집을 갔는데 옆 자리 여자들에게 말도 걸지 못하고, ㅅㅂㅅㅂ하다가 술집을 나왔다.

용기는 없지만 또 술은 취해서 여자랑 놀고는 싶다.

한명이 계속 턱짓으로 세명 지나가는 여자들에게 표시를 한다.

한 친구의 의식의 흐름을 살펴보면 '가긴 가야 하는데 까일거 같고, 이 새키들이 가는 것보단 내가 가는게 나을거 같고'하는 생각을 한다.

다른 한 친구는 아무 생각이 없다. 은근히 바라고 있으면서도 내색은 하지 않는다. 전형적인 회색분자다.

그렇게 그들은 술 한잔을 더하고 셋이서 같이 집으로 갈 예정이다.


6. 여자셋 그룹

잘 꾸민 여자 세명이 지나간다. 이렇게 꾸미고 나왔는데 남자 하나 들러붙지 않다니 하는 표정이다.

꼭 남자 만나러 나온건 아니지만 굳이 또 괜찮은 남자들이 와서 말을 건다면 같이 놀 예정이다.

여자도 새가 있다. 매주 재밌게 놀 순 없지만 뭐라도 하나 걸렸으면 좋겠다. 남자친구 될만한 괜찮은 사람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런데 괜찮은 남자는 없고, 오지도 않는다. 심심해서 거리 공연을 보면서 있는다.

여기 서 있으면 누군가 와서 말걸지 않을까 하면서 말이다.


그냥 지나간 유형도 몇가지 있을건데 이 정도로 요약해볼 수 있다.

머리를 비우고 나가서 그런지 보이고 느끼는게 많았다. 평소 같으면 나도 저 무리중의 하나이지 않을까 싶은데 말이다.

재밌는 구경을 하고 나는 다시 걸어서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하니 3시가 넘었다. 생각을 비우고 걸을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었다.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을 보면서 느끼는 점은, 사람들이 모두 열심히 산다는 것이다.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얘기하고 또 상대방을 설득해야 하고, 원하는 사람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꾸미고 나가야 하는데 거기엔 노력이 따른다.





동래에서 뿐만이 아니라 다른 어디에서도 일어나고 있을 이런 일들, 크게 패턴은 벗어나지 않을 것 같다. 특히 택시 앞에서의 전쟁은 남자라면 누구나 겪어봤을 상황일 것이다. 저런 상황을 한번도 겪어보지 않았다하면 남자가 아닌 거라고 단언할 수 있다. 차가 있어서 택시 안탄다고는 하지 말자.


다음에 다른 유형과 재밌는 일들이 보이면 다시 적도록 하겠다.


가지마 가지마

by 브라운 아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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