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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함에 대한 고찰 본문

인생

당연함에 대한 고찰

Promantist 2016. 2. 7. 23:09





살다보면 이런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당신이 정말 원하던 아이템이 있다. 꿈에도 나올 정도이고 위시리스트에도 1년 간 꾸준히 등장할 정도의 아이템이다. 길고 긴 고민을 끝내고, 돈도 준비해서 사야겠단 결론에 이른다. 그런데 막상 사고 나면 방 구석에 고이 모셔두고 선비 모드가 돼 버리는 자신을 발견해본 적 있는가? 내 최근 경험을 말해 드리겠다. 1년을 고민하다가 산, 15인치임에도 불구하고 980g라는 깃털같은 무게를 자랑하는 나의 노트북 그램은 처음엔 회사 갈 때도 들고 다니다가 주말에 카페갈 때만 한번씩 꺼내보고 주중에는 항상 데스크탑을 활용하고 있다. '이렇게 당연해지는 대상이나 상태에 대한 고민은 누구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글을 적기 시작했다.








시지푸스 신화 같은 이런 인생의 고행은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숙명이 아닐까? 갈망의 대상을 향해 올라가다가, 무의 상태에서 원하는 상태인 정상에 개고생해서 올라가고 나면 당연함의 바닥으로 굴러 떨어져버리는 시지푸스의 돌과 같이 말이다. 우리는 이렇게 다시 떨어질걸 알면서도 돌을 올려야 한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런 고행의 삶을 어떻게 하면 벗어날 수 있을지, 벗어날 수 없다면 어떻게 현명하게 살아가야 할지 우리는 고민할 수 밖에 없다. 어쩌면 우리는 일부러 정상에서 다시 돌을 발 끝으로 살짝 밀고있는 걸지도 모른다. 갈망의 대상이 익숙함이 되는 순간 가치가 없어 보이게 변하고, 다른 대상을 바라보는 건 인간의 필연적인 본능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일례로 직장만 봐도 그렇게 들어가고 싶은 상태였다가 들어가고 나면 다른 곳을 바라보는 베이스캠프로 변하기 십상이다.








내가 고등학교 때 즐기던 디아블로2란 게임에 전사 캐릭터인 바바리안이 가진 휠윈드라는 기술이 있다. 소용돌이 같이 돌면서 적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공격하는 기술인데 레벨 30이 되면 시전 가능하다. 그 기술을 한번 시전하기 위해서 밤을 새서 게임하며 레벨업 하던 기억이 난다. 새벽 4시까지 하다가 자고 5-6시에 다시 알람 맞춰서 일어나서 아침에 일어나서 하는 거라고 거짓말하면서 하던 게임이었다. (거짓말은 아니다. 아침에 일어나긴 했으니깐) 그렇게 시전하고 싶던 휠윈드를 처음 시전했을 당시의 그 환희가 아직 기억 속에 남아있다. 나의 필살 휠윈드에 쓰러지던 수많은 악당들이 생각난다. 휠윈드를 돌리면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그렇지만, 그토록 원하던 기술도 1-2시간 돌리고 나면 당연한 것이 된다. 시시한 기술이 돼 버리는 것이다. 다른 모든 대상에도 동일하게 적용해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마약과 같은 당연함(지루함과 일맥상통한다)에 대해 우리가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인간의 삶은 무의미로 가득하지만 우리는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무의미하다고 해서 생을 살아가지 않을것인가? 주어진 것이기에 생을 스스로 마감할 것이 아니라면 생을 지속해나가는게 인간의 숙명이다. 불확실성과 무질서함이 인간 본연의 흐름이다. 일주일만 어떤 노력을 하지 않고 일을 하거나, 방에서 살아가보자. 어떤 모습이 상상되는가? 우리는 삶 안에서 질서를 찾으려고 하고 인간답게 살려고 노력한다. 삶은 노력의 연속이다. 노력하지 않으면 유지할 수 없는 것이 인생이다.








막연하게 노력하자는 말이 아니다. 실제 가치가 없는 대상은 노력해도 우리가 의미를 찾을 수 없고 당연하게 여겨도 된다. 가치의 판단 기준은 스스로가 하면 된다. 판단 기준의 눈은 연습하면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쌓아갈 수 밖에 없다. 삶이 주어진 것은 우리에겐 당연하지만 그 당연한 인생을 당연하지 않게 만드는 건 한 인간, 개인의 몫이다. 우리 모두 당연함을 갖고 살아가지만 당연하지 않게 받아들여보고 '왜'라는 질문을 던져보면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질문을 던져보자. 가족, 연애, 직장 이런 것들이 주는 의미와 지겨움이라는 인식이 어디에서 오는건지 말이다. 해답은 누구나 찾을 수 있다. 자신만의 해답일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달라도 무너지진 말자. 타인의 말과 타협하는 순간 우리의 돌은 다시 바닥으로 떨어진다. 








원하는 기계라면 그 기계라는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가졌던 수많은 검색과 고민의 시간들을 생각해보고, 그것을 사기위해 아낀 돈이나 핍박 받으며 회사에서 일한 시간을 생각해보자. 가족이라면 가족들과 보냈던 행복한 시간, 그들이 나를 위해 해준 희생과 헌신들을 생각해보자(가장 안되는 부분이다). 그리고 연애의 대상이라면 자신이 솔로로 버텼던 그 외로웠던 시간들, 그리고 너여야 한다는 결론 혹은 착각에 이르기까지의 오랜 고민과 마음 졸임, 상대방과 내가 서로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시간들을 생각해보자. 밀란 쿤데라의 책 제목인 '무의미함의 축제'인 우리 인생에서 우리는 의미를 찾아야 그나마 살아있음을 느끼고 살아갈 수 있다. 우리가 의미를 찾는 노력은 시지푸스 산 위에 평평하고 펜스가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올려 놓고, 새로운 대상들을 새로 올려서 돌을 쌓아가는 과정을 반복하며 우리 생을 의미로 채워보자.






당연하면서도 의미있는 삶을 위하여.







Vecellio Tiziano (베첼리아 티치아노) 작

Sisyph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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